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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빚은 달 나무로 지은 달
등록일2023-09-22 조회수118 작성자관리자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달항아리

완벽한 원을 향해 가다 문득 놓아버리는 순간, 우주에 단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원의 형태와 빛깔이 탄생하는 달항아리. 달과 똑 닮은 은은한 광채와 볼수록 편안한 매력은 시간이 지나며 그 아름다움과 깊이를 더해간다. 우윳빛 원형의 백자 달항아리를 수십 년간 빚어온 도예가 권대섭, 창조하는 일에 운명처럼 이끌려 본업을 전환하여 목공을 배우고 나무로 달항아리를 만드는 작가 김규는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달항아리의 철학과 예술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

흙으로 빚은 달항아리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권대섭 도예가의 작업실에서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뜨는 해를 보면서 만드는 작업이 반복된다. 한 달 반을 걸려 2개 정도의 달항아리가 완성된다. 비 오는 날이나 겨울은 작업을 쉬거나 적게 한다. 달항아리는 큰 사발 두 개를 만들고 젖어있을 때 올려서 맞붙인다. 그리고 천천히 말려가며 표면을 살살 깎아 매끄럽게 만든다. 도자기의 두께는 너무 얇으면 가마에서 구울 때 휘어지거나 형태가 무너지고 반대로 두꺼우면 가마 안에서 갈라지기에 적당해야 한다. 좋은 재료를 찾아 여러 백토를 찾아 사용하고 배합이 중요하다. 항상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작업하지만 한 번에 네 개를 넣을 수 있는 가마 안에서 절반 정도는 망가져서 나온다.

칼로 표면을 깎으며 항아리의 형태를 만드는 권대섭 작가

칼로 표면을 깎으며 항아리의 형태를 만드는 권대섭 작가

권대섭 도예가는 제작과정 모든 단계에서 하나하나 공들여 나온 결과물이 바로 달항아리이며 작가의 개별적 의도뿐 아니라 완성품의 미감과 기법의 섬세한 차이가 응축되어 완성된다고 말한다. 단순함과 소박함 이상의 현대적 가치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달항아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의 심성 안에 선천적으로 예술을 좋아하는 DNA가 있어서가 아닐까. 권대섭 도예가는 똑같아 보이는 일련의 과정에 매일 조금씩 변화를 추구한다고 한다. 그에게 ‘진보’의 개념은 늘 같은 것을 만드는 듯 보여도 항상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것이다.

권대섭, 달항아리

권대섭, 달항아리

2021, White porcelain, 42x42x46 cm ⓒ JOHYUN GALLERY

나무로 지은 달항아리

달항아리라 하면 흔히 조선백자를 떠올리곤 한다. 김규 작가는 나무라는 소재로 달항아리를 만들고 있다. 공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다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에 다니다가 창조하는 것에 운명처럼 이끌려 목공을 배우고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무도 지역성을 갖고 있어서 우리나라 나무는 화려하지 않지만 순하고 단단한 매력이 있다. 한국에서 자란 나무로 작업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한 느낌을 주어 달항아리 작업에는 대부분 오동나무 같은 우리나라 나무를 사용한다. 하지만 통나무 외형을 돌려가며 속을 파서 초벌을 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면을 완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목선반에 통나무의 외형을 돌려가며 초벌하는 김규 작가

목선반에 통나무의 외형을 돌려가며 초벌하는 김규 작가

김규 작가는 나무 자체의 질감과 매력을 드러내는 데 마음을 담는다. 작품을 만졌을 때 어떤 촉감이 느껴질지까지 상상하며 어떤 것은 매끈하게, 또 어떤 것은 거칠고 털이 난 감촉을 유지하도록 한다. 각기 다른 그 감촉이 보는 이들에게도 전달되도록 많이 만져보고, 안아보는 것을 권하기도 한다. 엄격함과 어긋난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것이 달항아리의 매력이다. 어떤 날 어떤 각도로 보느냐,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달리 보인다.

김규 jocker

김규

jocker

달항아리가 주는 여운

달항아리 콜렉터이자, 달항아리를 글과 그림으로 재창조했던 김환기 화백은 결점이 없고, 둥글다 해서 다 같지 않고, 흰 빛깔이 다 달라 미묘하고 불가사의한 미를 발산한다며 달항아리를 예찬했다. 고요하지만 움직임이 있고 싸늘한 사기지만 따사로운 온도가 있다며 그 조형미를 극찬했다. 특히 달항아리의 평범함을 높이 샀는데 일반 사람들이 생활 용기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달항아리의 가장 큰 매력은 보는 사람이 누구냐에 관계없이, 그것이 과거의 달항아리이든 현대의 달항아리이든, 한국인이든 다른 국적의 사람이든,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식견이 높든 예술과는 거리가 먼 생활인이든 간에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성의 연대가 아닐까.

자료출처(발췌 및 재구성)
  • <어쩌면 이미 알다시미, 세시풍속 vol.1 원형들> 中
  • ‘흙으로 빚은 달, 나무로 지은 달’,
  • ‘그림에 부치는 편지, 김환기의 ‘달항아리’ ⓒ 2022,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