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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WAVE] 전통 한지를 만난 프랑스 회화 작가, 클로드 비알라
작성일 : 2023-05-17 조회수 : 286

한지 WAVE


전통 한지를 만난 프랑스 회화 작가, 클로드 비알라

 

부산을 대표하는 갤러리 ‘조현화랑’에서 지난 3월 9일부터 4월 23일까지 클로드 비알라 Claude Viallat의 개인전이 열렸다. 1970년대 후반부터 60여 년간 독자적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전통 한지 시리즈 신작 18점을 선보인 것이다.

프랑스의 대표 작가인 클로드 비알라는 모더니즘 예술의 마지막 주연 중 한 명이다. 전쟁의 트라우마를 겪은 세대로써 회화의 해체를 통해 예술을 새롭게 구상하고 있으며, 미국 추상표현주의와 마티스를 수용한 예술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회화의 표현과 매체를 전복시키는 방식으로 후기구조주의에 참여한 그는 회화가 주는 모든 허상을 부정하고 회화 그 자체에 의미를 두었으며, 회화를 둘러싸고 있는 불순한 요소들을 제거하려는 노력으로 서명, 제작일자, 제목 등도 일체 포기했다.

비알라는 캔버스의 나무틀을 떼어버림으로써 기존 회화 매체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꾸었으며, 산업용 타폴린 작업을 시작으로 추상적 패턴을 끝없이 반복해 왔다. 스텐실 기법을 사용하여 다양한 색상과 표면에 재현되는 모티브를 통해 작품의 주제라는 개념을 없애고, 창조적 행위 자체에 대한 의미와 작품의 존재론적 지위를 탐구하는 작업을 오늘날까지 지속해 오고 있다.

캔버스 천, 양탄자, 텐트, 커튼 등 다양한 바탕의 표면은 색의 척도를 다르게 부여할 수 있는 밑바탕인 동시에,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새로운 것과의 만남을 추구하는 비알라의 철학에 대한 표현이다. 그런 그가 이번 전시를 통해 시도한 한지 시리즈는 정련된 흰 표면과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기존 작업과 전혀 다르다. 물성을 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한지의 속성 또한, 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겉에 머무는 아크릴 물감을 반복적인 형태와 함께 지속해 사용해 온 그간의 작업과는 대비된다. 캔버스의 하얀 색을 그대로 노출하는 회화는 일찍이 프랑스에서 마티스가 시도한 바 있다. 마티스의 색채 해방을 계승하면서, 기존 회화를 해체하려고 시도했던 비알라가 한지 시리즈를 통해 하얀 바탕에 대한 재해석의 숙제를 마친 셈이다.
 

(좌) Acylic on hanji paper, 145x154cm | 자료 제공 : 조현화랑

(우) 전시장 전경 | 자료 제공 : 조현화랑

 
한지센터 소식지 제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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